ChatGPT 이미지 생성 업데이트, 지브리는 놓친 골든 타임

의도치 않은 바이럴 효과, 미야자키의 AI 혐오 발언과 지브리의 마케팅 기회 사이에서.

ChatGPT 이미지 생성 업데이트, 지브리는 놓친 골든 타임

Chat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누구나 쉽게 고품질 이미지를 만들고 편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스타일을 모방한 이미지 생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나 친구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해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이미지 생성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지인들도 지브리 스타일 변환 한 번 쯤은 해보는 것을 보면, ChatGPT가 끌어올리는 AI 접근성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자연스럽고 친근한 방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열풍이 단순히 즐거움만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지브리의 고유한 미학이 AI에 의해 무분별하게 활용되면서 저작권과 윤리적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두 가지로 나누어 공유해 봅니다:


1) 창작자의 권리 vs. 마케팅 기회

저는 지브리가 자신들의 독창적 스타일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의 권리는 명확히 존중받아야 하니까요. 그러나 동시에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브리는 ChatGPT 업데이트의 수혜자이기도 합니다. 최근 지브리의 신작들이 과거만큼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ChatGPT 덕분에 의도치 않게 엄청난 바이럴 효과를 누리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레거시로 버텨오던 브랜드가 신기술 트렌드와 혁신의 최전선에서 바이럴 된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지브리로선 일부러 노릴래도 어려운 행운입니다. 법적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권리를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을만큼.

지브리 마케팅 팀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다음 작품의 티저 영상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그들만의 장인정신을 강조한 메이킹 필름을 선보인다면 대중의 관심과 호감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활성화하는 전략까지 더한다면 더욱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대중의 관심과 기억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짧습니다. 빠른 실행을 통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명하게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까지 지켜본 바로는 아무래도 골든 타임은 흘려보낼 것 같지만요.

2) 미야자키 하야오의 AI 혐오 발언과 현실적 모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과거 AI 기술에 대해 강한 부정적 견해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의 예술적 철학은 깊이 존중하지만,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 보니 이것이 현재 지브리 스튜디오 전체의 입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감독이 언급한 'AI는 삶에 대한 모독'이라는 관점이나 '고통을 모르는 창작'이라는 비판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모든 창작 과정에 반드시 고통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상 많은 창작자들은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여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고, AI는 이러한 맥락에서 혁명적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작업은 AI에 맡기고, 인간은 보다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끔 시대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것이죠.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는 기획, 스토리보딩 등의 창의적인 영역을 거의 혼자 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애니메이터들의 업무는 장인 정신을 요하는 기술적 업무가 주를 이루었고요. 회사가 성장기일 때는 괜찮겠지만, 회사가 성장을 멈추거나 어려워지면 보통 기술직 애니메이터들은 시간과 건강을 착취당하게 됩니다.

AI 기술의 도움을 전면 거부하는 것은 무의미한 모순입니다. 도움을 받으면 고통을 당연하게 요구받는 애니메이터들의 ‘워라밸’이 더 좋아질 수도 있을텐데요.

고용이 창출되지 않고 실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염려는 AI의 발전을 항상 따라다닙니다만, 직종 불문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AI를 활용하여 할 수 있는 자신의 일을 찾아내는 것 밖에는 별 도리가 없습니다. 저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공부하고 본질적인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규모있는 기업인 지브리 스튜디오에게 필요했던 건 창작의 본질을 지키며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는 후계자 양성이 가능한 팀, 한 사람에게 모든 걸 의지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고 봅니다.

충분히 업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터들을 고용할 수 있는 회사에서 기술이 발전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쓸모가 사라지는 인력을 양성했다면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기술을 탓하는 것은 책임전가입니다.


사실 작화 스타일 뿐만이 아닙니다. AI는 심지어 얼굴과 목소리까지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명백히 양날의 검입니다. 잘못 활용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지만, 적절히 활용한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며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AI 기술의 긍정적 측면은 최대한 활용하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 기준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 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AI를 활용해 대중이 창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브랜드가 직접 판을 깔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복제되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 헤메다 보면, 결국 앞으로 브랜드는 점점 더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경험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테니까요.


이번 지브리 스타일 AI 이미지 열풍은 AI 기술의 발전과 창작자의 권리, 그리고 윤리적 기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무작정 새로 등장한 기술을 탓하지도, 구시대의 예술을 가볍게 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술과 예술, 그리고 대중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도 안해보신 분 계시다면 오늘은 지브리 이미지 한 번 만들어보세요.

ChatGPT 채팅창에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고 싶은 원본 이미지를 첨부한 후, "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어줘", 또는 "Convert this image in Ghibli style.", 이런 식으로 프롬프팅 하시면 됩니다. 참 쉽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