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제갈공명, 2024 브랜드 병법

2024년, AI 시대 브랜드 전략과 브랜딩 전술의 중요성을 치열하게 생각할 때입니다.

뉴욕, 제갈공명, 2024 브랜드 병법

삼국지를 열심히 읽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제갈공명을 좋아합니다. 전략과 전술을 짜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제가 이런 것에 재주가 있는 편인 것을 20년의 뉴욕 생활을 통해 알게 되었거든요. 20년이 없는 재주를 만든 것일 수도 있겠고요.

(물론 제갈공명은 군사, 행정, 정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천재이기에 저에게는 넘사벽입니다만, 그가 현대 사회에서 저를 만난다면 얼굴 정도는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힘내고 있습니다. 이름 첫 자도 같으니까요…?!)

아직도 그날이 참 생생하네요. 한국에서 크게 험할 것 없이 자란 제가, 근자감으로 무장한 채 뉴욕땅을 홀로 덜컥 밟았더랬지요.

그때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20년 후에 제로버스에서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매주 쓰고 있으리라곤…

20년 전의 여러분도, 오늘 제 편지를 받아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수업을 따라가는 것,
읽어도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는 5명의 룸메이트와 좁은 뉴욕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
샐러드와 샌드위치에 넣을 수많은 토핑을 고르고 주문하는 것이 수능시험보다 어려운 것,

당시 저에게 놓인 현실은 이 정도였네요.

해를 거듭하며 익숙해졌지만, 삶이기에 더욱 어려운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났습니다.

힘들어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 물론 있어요.

일단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려다 보니 눈치가 늘었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려 노력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묘수를 생각해 내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꾀도 늘었고요.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으니, 장기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인내심도 생겼지요.

이는 브랜드의 전략과 전술을 짜는 데에 무척 요긴하게 쓰여 제 밥벌이를 돕게 됩니다.

브랜드 전략(brand strategy)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브랜드의 목표 달성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브랜딩 전술(branding tactic)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무슨 광고를 할지, 어떤 콘텐츠를 언제 만들어서 어디에 공급할지 등등, 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게 할지를 고민합니다.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데 전략과 전술이 없다면, 브랜드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자체도 조만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지의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데 나침반도 없고 지도도 없는 셈이니까요.

제가 쓰레드에 아무 이야기나 쓰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름의 전법이 있었기에 작년 11월에 시작하여 약 3개월만에 근 3천 5백 명의 팔로워를 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에 방문해서 보다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지금은 당연하게도 팔로워 증가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일주일간 홍보했던 뉴스레터는 첫 편지가 발송되기도 전에 약 100분이 구독해주셨지요.

2024년엔, 전략과 전술을 고민할 때 차별화에 더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수많은 브랜드 콘텐츠들 사이에서 확연히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남들과 같은 전법으로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주도하는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만큼 올해는 오히려 사람이 주도하는 콘텐츠가 주목받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NP Digital의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콘텐츠 제작에 AI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용하되, 의존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NP Digital webinar slide"Creativity now means FINDING WAYS to cut through the noise."

2월 일본 여행에서 들은 사무라이 전쟁에서 쓰이던 전술 이야기 역시 좋았습니다. 보통 저처럼 전쟁이 막연한 사람들은 사무라이들이 전쟁터에서 칼로 서로를 찌르고 베어 죽였을 거라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전투 중에 무장 갑옷의 틈으로 칼날을 넣어 한 번에 목숨을 빼앗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칼등으로 다리 같은 곳을 쳐 뼈를 부러트리거나 금이 가게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혈족 사회다 보니 2-3명의 다른 병사들이 공격에 당한 병사를 부축하여 전장을 빠져나갔고, 그렇게 전장 안의 적병의 수를 줄여 적진을 뚫고 나가는 방식의 전법이라고요.

2024년 브랜드 병법의 핵심은 칼날이 아닌 칼등입니다. 단타가 아닌 연타입니다.

뻔한 계획이나 책략이 아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두 겹의 기발한 레이어가 필요합니다. 제가 늘 강조하듯, “여러분(의 브랜드)만의 이야기”와 함께요.

치열하게 고민하면, 분명히 좋은 묘책이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