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이 사람 하나 갱생시킨 이야기

브랜딩을 때려치우려던 내가, 다시 브랜딩으로 돌아오게 된 여정

퍼스널 브랜딩이 사람 하나 갱생시킨 이야기

오늘은 제가 어쩌다 브랜딩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뉴욕 커리어 내내 단 한번도 브랜딩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디자이너로 시작해 브랜드 아트 디렉터로 업무 상의 역할이 진화하면서, 점점 더 브랜딩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지요.

브랜딩은 지겨웠던 적도 없고 딱히 어려워서 고통받은 적도 없습니다. 실무적인 디자인 기술력을 늘리는 것에는 끙끙댄 흑역사가 있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진 저는 새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번아웃 상태였고, 저의 지식도 경험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었거든요.


브랜딩이고 나발이고, 순수한 예술가, 문학가이자 온라인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었죠. 와서 일하라는 회사들의 제안을 전부 한 귀로 흘린 채, 그렇게 막무가내로 글을 쓰고 사색하며 수개월을 보냈습니다.

회사 다닐 때부터 조금씩 시도했었던 퍼스널 브랜딩도 더욱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브랜딩을 때려치워도 제 자신의 브랜딩은 해야 하는 세상이더라고요. (이때 사실 제 운명을 깨달았어야 했는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저 자신을 브랜딩하는 것은 시작부터 정말 어렵더군요.

그렇지만 콘텐츠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글을 쓰고, 온라인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초기부터 관심이 많았던 AI 공부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긍정적인 환경에서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했던 듯합니다. 하는 일에 온전한 통제력을 가지는 게 좋았고, 그렇게 컨디션도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으니까요.

깨달음이 찾아온 건 그 무렵이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저의 의지와는 달리, 청중은 제가 살아온 삶을 궁금해했습니다. 제 삶에서 얻은 지식, 경험, 통찰을 흥미로워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랜딩 관련한 이야기가 정말 많은 관심을 얻었습니다. 브랜딩 전문이던 과거를 밝히지 않았음에도요.


제가 너무 지겹고 스스로가 한심하여 불태워버리고 싶어 했던 지난 20년이, 다른 이들, 특히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가치가 있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의아해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때라 제 자신의 감정을 돌보기에 급급했거든요.


저를 필요로 해주시는 마음 따뜻한 분들께 힘을 얻어, 브랜딩을 다시 업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에게 더 맞는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브랜딩을 잘 해보고 싶은 꿈 많은 사람에게 가이드가 되는 길. 한국분들, 미국분들, 세계 어디든 내가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좀 광기어린 의욕 제로

배운 걸 실무에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것과 남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입니다. 여러 학문적 자료을 보며 제게 필요한 새로운 시각과 지식을 장착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새삼 느낀 것이, 헷갈리는 전문 용어가 너무 많더군요.

Brand identity, brand image, brand architecture, brand archetype, brand promise, brand positioning, brand awareness, brand personality…..

분명 모두 다른 개념이지만 비슷하게 들리고 외워지지도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몇 가지는 소통을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하지만, 모든 용어가 다 필요한 곳은 아마 브랜딩 책, 컨설팅/대행 에이전시의 발표 자료와 상세 가이드, 관련 강의 정도일 것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에이전시 프리젠테이션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과연 전문성의 문제일까요.

제가 스레드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 뵌 분들이 브랜딩에 있어 가장 많이 답답해하셨던 부분이 용어의 개념적인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브랜드의 큰 틀은 차별화되는 이미지와 서사입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하고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인간처럼 성장합니다. 이런 브랜딩을 학문적으로 특정하여 납작하게 설명하려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용어를 만들게 되고, 그러니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성격, 개성, 이미지와 브랜드의 그 것의 개념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성격, 개성, 이미지는 광범위한 사회적, 심리적 맥락에서 연구하면서 브랜드의 것은 마케팅, 경영학 등에서 소비자의 구매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도구로 용어화시켜 좁게 접근합니다.

한계 없이 팽창하는 콘텐츠의 바다에서 브랜딩은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체계화된 기존의 브랜딩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 중요한 것은 브랜드만의 스토리라고 합니다. 문화라고 합니다. 팬덤이라고 합니다. 인간, 인간 사회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퍼스널 브랜드도 기업 브랜드도, 결국 인간이자, 인간이 꿈꾸는 세계이자, 인간의 우상입니다.

자연스레 저는 경험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에게 브랜딩을 연결하여 설명하고 이해를 도울 방법을 찾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스레드에서도 그렇게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할 때 반응이 가장 좋았고 공감도 많이 얻었습니다.

유튜브용 영상 콘텐츠도 시험해 보았으나 너무 야심 찼던 게 좀 문제였습니다. 제작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구성이라 지속이 불가능하더군요. 언젠가는 도움을 받아 시리즈를 이어 나가 보고 싶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포기할 수는 없죠.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저만의 방법으로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곳이기를 원하여 저의 브랜딩 철학에BrandHumanics (Brand + Humanics)라는 이름도 붙여보았습니다.

​아래 링크 남깁니다:
https://www.instagram.com/brand.zeroeverse/

그리고.. 이 레터를 보낸지 5개월이 지난 지금은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지금 이 글을 올리고 있네요.
글로 브랜딩 이야기 하는 게 좋은 저에게, 인스타나 유튜브보다 잘 맞을 것 같아서요.
제 집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1년 여의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브랜딩 때려치우겠다고 했던 사람이, 자신만의 브랜딩 철학을 발전시켜 보겠다고 말하며 또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운명인가 봅니다. 이끄는 대로 흘러 바다로 다시 나가보렵니다.

거기 혹시 냇가에 앉아 계신다면, 이리 와요, 같이 가요.

제 여정이 누군가에겐 영감이 되고 도전할 용기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