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퇴사한 민희진, 다음 행보는?
민희진이 하이브를 퇴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뉴욕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에 브랜드 아트 디렉터로 재직할 시절 제가 하던 일이, 민희진 씨가 SM에서 하시던 일과 유사했습니다.
한국분들께 하는 일이 뭔지 설명하기 힘들 때면 이젠, “민희진 씨가 하시던 일이다.”라고 하면 한 방에 끝나더군요. 워낙 대중적으로 유명해지신 덕분에 제가 편의를 누리게 되는 나비효과가 있었던 것이죠.
이러니 모르는 사이지만 왠지 혼자 내적 친밀감을 쌓게 되었고, 늘 선배라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십여 년 전부터 그녀의 행보를 뉴욕에서 몰래(?) 지켜보며, 어떤 상황에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하이브와의 갈등 역시 여러 관점이 있는 것을 알지만 저는 민희진 씨를 응원했고, 최근 퇴사 소식이 들린 지금도 응원합니다.
제가 응원하는 이유는 그녀가 해온 일들을 계속 보았기 때문입니다. 케이팝에 “미감”이라는 것이 생긴 것은 그녀의 공이 결정적입니다. 문화부 장관이라도 하셔야 할 판에 고작 하이브 내부의 드라마로 생매장당할 뻔하신 것이죠.
하이브-뉴진스-민희진의 관계에 얽혀 있는 복잡한 사연들은 언론 매체로 접해서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어느 쪽 사정에 휘둘릴 이유도 없었습니다. 어차피 대중의 시선은 언론이 짜놓은 울타리 안에 머물기 마련입니다.

이 레터를 쓰고 있는 오늘, 2024년 11월 20일, 민희진은 하이브를 퇴사했습니다. 속 시원한 입장문과 함께요. 직장인, 특히 여성 직장인들의 마음을 직접 행동으로 대변해주기 때문에, 그녀의 영향력이 더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작년에 퇴사하였습니다. 스케일은 다르지만 비슷한 이유로 고통받았다는 기분입니다. 나쁜 사람들이 싫었고, 나쁜 마음의 불똥이 제게 튀는 것이 싫었거든요.
버틴다고 버텼지만, 그녀만큼 강한 멘탈도 없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더 힘들었습니다. 그녀가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지켜 본 지금이라면, 롤모델이 있는 것이니 대처가 좀 나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어차피 결론은 똑같이 퇴사였겠지만 아쉽습니다.
회사를 나온 저는 브랜딩의 본질, 그리고 브랜딩에 AI를 활용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할까 열심히 고민해 보았지만, 미래는 AI와 함께하는 1인 기업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AI의 발전과 함께 지금 우리가 아는 ‘대기업’은 몰락할 것이고, 현재로서 가장 유망한 산업은 AI가 가속화시킬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입니다.
민희진의 생각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그녀는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늘 혁신하고 도전합니다. 트렌드와 시대적 흐름을 기민하게 읽어나가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버무립니다.
상황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본인이 하드캐리하여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는 유형이라 전해들은 바 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유명한 F(x)의 “Pink Tape” 아트 필름이고요.
이런 그녀가, 아무리 하이브랑 싸우느라 바빴다지만, AI와 함께 변화하는 산업 구조의 흐름을 읽지 않고 있을 리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작곡, 작사, 프로듀싱 전부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납니다.
디자인 및 관련 상업 예술, 팬덤 관리, 마케팅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라이브 공연에 AI와 AR 등의 다른 기술을 접목시켜, 실시간 시각 효과나 인터랙티브 경험을 혁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가 아닌 가상의 AI 아이돌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현실의 인간이 아니어도, 매력적인 세계관의 브랜드를 만든다면 충성도 높은 팬덤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2D 아이돌 ‘플레이브’가 입증했습니다.
진짜 인간 아이돌 역시, 자신의 외형과 보이스 클론을 만들어 콘텐츠화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전반적인 업무 구조의 효율도 올라갈 것이니, 어쩌면 이제 아이돌이 워라벨을 지키며 일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런 무궁무진한 변화의 가능성을, 자유로워진 그녀가 어떻게 기회로 만들어 판을 바꿔 나갈지 생각하면 저도 같이 설렙니다. 물론 예측과 전혀 다르게, 다른 길을 걸어나가실 수도 있겠지만요.
그녀에게는 제게 아직 없는 자본, 군중, 업력이 있기에, 염치없이 저의 꿈을 대신 화끈하게 구현해주기를 바라는 욕심인 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 아이돌 브랜드 코칭 필요하시면 연락 주시면 좋을 텐데…
제로버스 미드저니+브랜딩 챌린지도 재미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