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문화적 브랜드, 블랙 프라이데이

소비와 문화를 잇는 브랜드 이야기

거대한 문화적 브랜드, 블랙 프라이데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미국의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입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크리스마스 세일 시즌의 첫날이자 브랜드 매장들이 각종 특별 할인 이벤트를 하는 날로 이야기합니다. 한국에서도 이 날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죠.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라 하면, 백화점을 에워싼 긴 줄, 제품을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 상점 밖으로 쏟아져 나올 정도의 많은 인파 같은 극적인 소비 풍경을 상상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블랙 프라이데이를 정의하는 요소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24시간 깜짝 세일을 위해 새벽같이 매장으로 달려가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대부분의 판매는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더 일찍 시작하며, 더 오래 지속됩니다.

그렇다 보니 추수감사절 주말까지 이어지는 한 달간의 할인 행사라는 의미의 ‘블랙 노벰버(Black November)’로 바꾸어 부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옮겨간 소비


블랙 프라이데이는 더 이상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앞다투어 찾게 하는 트리거가 되지 못합니다.

이제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축제로 변모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은 보통 그 주말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월요일은 ‘사이버 먼데이’가 됩니다. 이날은 사이버 먼데이 할인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별별 핑계가 다 있지요? 11월부터 길게는 2월까지 미국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할인 이벤트가 열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도 자주 필요한 생필품 이외의 굵직한 아이템은 어지간하면 전부 이 기간에 구매합니다.

사이버 먼데이보다 못한 매출


추수감사절 일주일 전, 혹은 11월의 시작부터 각종 브랜드들의 다양한 할인 이벤트가 시작되다 보니 블랙 프라이데이가 세일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퇴색했습니다. 심지어 사이버 먼데이보다 매출도 안 나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이벤트가 더 크고 화끈한 경향이 있음에도, 어도비의 조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언제나 사이버 먼데이에 사람들의 지출이 더 많다고 합니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이야기하니 소비가 더 부추겨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많은 경우 계속해서 더 싸진다는 것을 이제 잘 알고 있는 저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지만요…)

그럼에도 막강한 블랙 프라이데이 브랜드 파워


그럼에도 블랙 프라이데이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단순한 특정 일자의 쇼핑 이벤트를 넘어, 강력한 정체성과 상징성을 가진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소비 욕구의 극대화를 상징하는 거대한 문화적 브랜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라지지 않은 오프라인 쇼핑 경험의 전통


사람들은 여전히 블랙 프라이데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갑니다.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닌 고객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이 날은 추수감사절 다음 날이자 주말 전날이기 때문에 연휴가 되어 대부분 휴무입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라는 핑계로 가족들이 함께 집을 나서 쇼핑을 하며 추억을 쌓고 돈독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합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그렇게 전통이자 문화가 되었습니다. 매장 공간에서 함께하는 경험은 온라인이 대체해 줄 수가 없습니다.

헐리데이 마케팅의 핵심 도구


11월 내내 할인 행사가 열려도, 사람들은 여전히 블랙 프라이데이를 헐리데이 쇼핑 시즌의 본격적인 시작일로 인지합니다. 상점들도 그 점을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합니다.

일찍 할인 행사를 시작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잡아놓되,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여전히 블랙 프라이데이인 것입니다. 자연스레 당일에는 더 큰 폭의 할인이나 특별한 혜택이 기대됩니다.

여기에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도 한몫합니다.

전 세계 수많은 국가가 블랙 프라이데이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고, 한국처럼 자국의 문화로 차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온라인 매장에서 글로벌 타겟 판매가 가능한 세상입니다. 글로벌 스케일로 널리 알려진 쇼핑 이벤트 데이가 존재하는 것은 판매에 큰 도움이 됩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마케팅 경쟁 역시 블랙 프라이데이의 브랜드 가치를 증명합니다.

차별화된 독특한 프로모션, 회원 전용 할인 등 매년 11월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마음을 빼앗으려는 혁신적인 마케팅 캠페인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어도, 경험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본질을 잃지 않고 사람들의 삶 속에 자리 잡는 브랜드는 강력한 영향력을 갖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여러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경험이 만드는 오프라인 쇼핑 문화의 전통이라는 본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소비 욕구를 극대화시키는 특별한 날로서의 문화적 임무를 꾸준히 해내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가져야 할 가치는 단순한 기능적 이익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잔존할 수 있는 경험과 문화로 자리 잡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