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Jaguar) 리브랜드, 욕 먹고 있는 그 이야기

재규어 리브랜드가 하염없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극적인 다름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리브랜드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내심 이 사태가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브랜딩이 이렇게까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일이 자주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재규어 리브랜드가 욕을 먹는 주된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예전의 터프한 매력에 비해 너무 화사하고 현대적이어서 브랜드 정체성을 상실한 듯 보입니다.

둘째, 좋게 봐도 럭셔리 패션 혹은 화장품 브랜드 홍보물 같습니다.

셋째, 리브랜드 영상에 차는 아예 등장하지를 않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백만가지 욕을 먹고 있습니다. 각종 풍자형 밈 등, 온갖 재치있는 악플들에 매일 웃고는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무척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평소 관심도 없던 자동차 브랜드인데, 12월 초에 정식 공개될 리브랜드와 새로운 자동차 라인업을 스티브 잡스 시절 애플 신제품 공개일만큼 궁금해 하며 기다리고 있네요. 말인 즉슨, 이 마케팅은 분명하게 먹히고 있는 것이죠.


재규어는 이번 리브랜드와 함께 전기차 브랜드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 합니다.

아우디나 BMW같은 럭셔리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낮았습니다. 전기차 노선을 탄다고 하루 아침에 테슬라만큼 유명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상상도 못한 반전을 도모한 리브랜드, 차가 등장하지 않는 센세이셔널한 홍보 영상으로 하루 아침에 논란의 중심, 북미 트렌드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최소 지난 십년 간 없었던 폭발적인 관심에 재규어 마케팅 팀은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리브랜딩도 고민없이 이루어진 근본없는 작업은 아닙니다.

재규어 브랜드 본연의 느낌을 모두 버렸고, 이런 자동차 브랜드가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과하게 욕을 먹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어요.

전기차 브랜드가 되기에 기존 재규어 브랜딩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엔진소리와 기름냄새가 나는 디자인인걸요. 새 브랜딩이 더 미래적이고 조용하고 가볍죠.

말마따나 화장품 브랜드 같아 보이는 부분도, "젊은 여성, 혹은 젊은 여성이 좋아하는 차를 사는 남성"이 타겟이라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차가 안 보이는 건, 티저니까 그럴수도 있죠. 차를 못봤기에 다들 공개일을 주목하고 기다립니다. 정식으로 공개하기 전까지는 제품의 존재를 은근히 감추는 것은 매우 흔한 마케팅 전술인데, 어쩐지 재규어는 필요 이상 비난을 받게 되었죠.

이전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팬도 대중도 충격이 큰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거부감이 일어버리니 뭘 해도 밉상입니다.

이 모든 건 12월 초 마이애미 정식 공개에서 더 봐야 잘 판단할 수 있겠죠. 이렇게 긍정적으로 기다렸는데도 별 게 없으면 실망할 것 같긴 하네요. 😞

아무래도 비판 여론이 거세기 때문에 조금은 타협점을 찾아 나올지도 모르겠고요.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장사가 예전같이 안되어 다들 고생중인데, 재규어의 패기있는 시도가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비슷비슷한 차 광고 이제 지겹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