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 VS. 종이 빨대 - 브랜드의 영향력
브랜드가 어떤 빨대를 선택하느냐가 세계의 행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시나요,
아니면 종이 빨대를 사용하시나요?
2020년대 초 뉴욕,
저는 아직 직장인이었고
사내 까페에서 아침마다
아이스 커피를 사 마시곤 했습니다.
언제나 플라스틱 빨대였고
그 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종이 빨대를 주더군요.
그것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어요.
어지간하면 빨대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죠.
회사에서 환경을 생각하여
도입한 정책이었는데,
저는 빨대 없이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불편하여서
닥친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종이 빨대가 입에 닿았을 때의
미적지근한 느낌과 텍스쳐도 싫었고
음료를 마시다 보면 눅진눅진해져 버려서
하루의 시작이 전혀 상쾌하지가 않았거든요.
분리 수거도 거의 제대로 안하고,
어차피 환경 오염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에서
고작 빨대로 환경을 보호하겠다고
생색을 내며 저의 아침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실제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는
환경 오염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진짜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냥
컵에 입을 대고 마시는게 제일 좋다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인 불만과는 별개로,
정책의 효용과는 별개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뭔가를 시도하고 바꿔보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은 있었습니다.
방향은 맞는거니까, 개선해 나갈 수 있잖아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종이 빨대를 없애라는 행정 명령을 내린 것은
제가 원하고 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맥락에서 많이 우려가 됩니다.
빨대 논쟁은 작고 소모적입니다.
제가 어떤 빨대를 좋아하는가는
환경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선호하는 빨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미국같은 강대국이
“Back to plastic”,
플라스틱으로 돌아가라는
행정 명령을 내리면,
그건 더 이상 빨대 고르기가 아니라
모든 플라스틱, 나아가
세계적 환경 오염 문제를 대하는
한 나라의 관점을 전달하는
상징적 행동이 됩니다.
“환경 보호따위 신경쓰지 않는 국가”로
브랜딩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일반 대중의 삶에 친근하게 자리잡은
빨대가 소재이기 때문에
기후 협약에서 탈퇴한다던가 하는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 몇 없는 행위보다
대중적으로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나도 종이 빨대 싫었는데!”
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플라스틱이 좋아.”라고 생각하는
개인의 정체성, 가치관, 그리고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강대국의 결정과 행보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영향력 있는 브랜드는
사소한 한 마디도 넓은 범위에서
강력하게 작용하게끔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잘 이용하면 혼자서는 못하는
멋진 일들을 많이 이루어낼 수 있지만,
자칫하면 감당못할 민폐가 되어
결국 스스로에게 독을 푸는 격이 됩니다.
양날의 검인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섬세하게 다루어야 할 것 입니다.
내가 바다에 던진 돌이 만든 물결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는 것에 도취하기 전에
맞아죽을 물고기도 있다는 걸 생각하기.
플라스틱을 던진다면 물론 더욱 신중히.
우리는 국가만큼의 영향력은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부터라도
배려하는 브랜드가 되어 보자구요.
빨대없이 아아도 마시고. 😊
P.S. 정치적인 의견을 담을 의도가 없으며, 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작은 예시로 정치 뉴스 소재를 사용하였을 뿐임을 밝힙니다.